DDR5 램가격 300% 폭등, 게이머의 악몽이 시작됐다
AI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독점으로 DDR5 램 가격이 300% 폭등했다. RTX 5090 그래픽카드와 SSD까지 동반 상승하며 PC 조립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2025년 하반기부터 PC 부품 시장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DDR5 램 가격이 1년 새 300% 넘게 폭등하더니, 그래픽 카드와 SSD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슈퍼사이클'이라며 환호하지만, 게이머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이다.
DDR5 램 가격 폭등 원인 - AI가 메모리를 독점하다
2025년 하반기부터 DDR5 램 가격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다. 다나와 기준 DDR4는 250%, DDR5는 무려 300% 이상 올랐다. 64GB 키트가 200달러대에서 700달러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AI 데이터센터다. ChatGPT, 클로드 같은 생성형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하늘을 뚫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은 마진이 높은 HBM 생산에 올인했고, 우리가 쓰는 범용 D램은 뒷전으로 밀렸다.
설상가상으로 마이크론(크루셜)은 아예 소비자용 RAM 사업을 접고 데이터센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급이 줄어드는데 AI 업체들은 더 쓸어담으니, 가격이 안 오를 수가 없다.
RTX 5090 그래픽카드와 SSD 가격도 동반 폭등
램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픽 카드 시장도 불타고 있다.
엔비디아 RTX 5090의 공식 권장가는 1,999달러(약 286만원)였다. 하지만 현실은? 현재 시세는 4,000달러를 넘어섰고, 일부 프리미엄 모델은 5,000달러(약 720만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독일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RTX 5090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6개월 만에 28% 이상 오른 셈이다.
SSD도 마찬가지다. 키오시아의 임원은 "1TB SSD를 6만원대에 사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PCIe 4.0 1TB SSD 가격은 1년 새 2배 올랐고, 일부 제품은 246% 폭등했다. 2026년 1분기에도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이 33~38%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GPU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엔비디아와 AMD 모두 매월 GPU 가격을 지속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IGN은 "2026년은 PC 게이밍에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CES 2026 PC 가격표 실종 - 업계의 혼란
올해 CES 2026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인텔, AMD, 퀄컴이 새 플랫폼을 자랑하고 PC 제조사들이 신형 노트북을 쏟아냈지만, 어디서도 가격표를 볼 수 없었다.
IDC는 2026년 PC 가격이 전년 대비 2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램 가격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아무도 모르니, 선뜻 가격을 발표할 수 없는 것이다. 일부 조립 PC 매장은 이미 '시세가'로 판매 중이다. 마치 생선 시장처럼.
PC 조립 비용 폭등 - 게이머 커뮤니티의 비명
가장 직격탄을 맞은 건 조립 PC 시장이다. 과거에 가성비 조합으로 통했던 32GB 램 + 1TB SSD 구성이 이제는 중·고급 사양으로 분류될 지경이다.
게이머 커뮤니티에서는 "램 빼고 다 샀다", "16GB로 버텨야 하나", "업그레이드 포기하고 존버" 같은 한탄이 쏟아진다. 문제는 최신 게임들의 권장 사양은 점점 높아진다는 것. 블랙 미쓰 오공 같은 AAA 타이틀은 이미 32GB를 권장하고, AI 업스케일링 기능을 쓰려면 더 필요하다.
150만원 예산으로 괜찮은 게이밍 PC를 맞추던 시대는 끝났다. 같은 돈으로 맞출 수 있는 사양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닌텐도 스위치2와 콘솔 시장까지 영향
PC만의 문제가 아니다. 닌텐도 스위치2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출시 가격 책정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는 닌텐도가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거나 콘솔 가격을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비용이 콘솔 제조원가의 30%에 육박하는데, 이게 계속 오르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과거 PS5가 부품 수급 문제로 오랫동안 품귀였던 걸 떠올리면, PS6 출시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밸브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스팀 머신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가격의 거실용 게이밍 PC"를 목표로 했는데, 부품 가격이 이 모양이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메모리 가격 전망 - 2028년까지 고공행진?
나쁜 소식이 있다. 이 상황이 금방 끝나지 않는다는 것.
SK하이닉스 내부 분석에 따르면, 범용 D램 공급 부족은 최소 2028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AI 서버용 D램 비중이 2030년에는 전체의 50%를 넘어설 전망인데, 그만큼 소비자 시장은 계속 뒷전이 된다는 뜻이다.
2026년 1분기에도 D램 가격은 40~6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업체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긴 하지만, 투자의 대부분이 HBM에 집중되어 있어 범용 메모리 공급 증가는 더디다.
게이밍 PC 구매 대안과 절약 방법
현실적으로 볼 때, 개별 부품을 사서 조립하는 방식은 당분간 불리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완제품 PC나 노트북이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다. 대량 구매하는 제조사들은 개별 소비자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메모리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조립보다 완제품이 나을 수도 있는 시대가 됐다.
중고 시장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하다. DDR4 시스템을 유지하거나, 이전 세대 부품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치며
반도체 업계에게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황금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치솟는 이유다. AI 업체들이 HBM을 쓸어담으며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메모리 회사 입장에선 웃을 일이다.
하지만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범용 메모리는 점점 뒷전으로 밀린다. AI가 데이터센터에서 더 똑똑해지는 동안, 우리의 게이밍 PC 견적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다. 2028년까지는 이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분간 게이머들에게는 인내가 필요한 시기다. 물론, 그 인내가 3년 넘게 계속될 수도 있다는 게 문제지만.